5. 냄비나 철판에 늘어 붙은 육즙을 액체로 녹인다.
남은 기름을 제거(데그레세)한 후 냄비 바닥에는 고기나 채소에서 나온 눌어붙은 쉬크(suc, 육즙)가 남아 있다. 이 육즙에는 깊은 맛이 농축되어 있으므로, 여기에 물 등의 액체를 부어 끓여 녹여낸다. 이 과정을 데글라사주(deglacage)라 하며, 이 액체는 퐁이나 쥐를 만들 때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일단 불을 끄고 냄비의 온도를 약간 떨어뜨린 후, 다시 센불에 올려 눌어붙은 육즙이 잘 녹아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후, 나무주걱 등으로 고루 저어가며 육즙을 녹여낸다. 데글라세에 사용하는 액체는 퐁의 종류에 따라 물, 비네거, 와인 등을 구분해 사용하는데,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또는, 액체를 바로 넣지 않고 미르푸아를 넣어 볶는 방법도 있다. 미르푸아에서 수분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냄비에 붙은 육즙이 떨어져나오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데글라사주를 퐁에 사용할 때는 걸러서 넣는 것이 좋다.
6.거품 걷어내기 ; 거품을 완전히 걷어 잡맛을 없애고 육수가 탁해지지 않게 한다.
맑은 퐁이나 쥐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품을 꼼꼼하게 걷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고기와 뼈에 물을 부어 센불에서 끓이기 시작하면, 표면에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를 깔끔하게 제거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그런 다음, 불을 약하게 줄여 보글보글 끓는 상태인 미조테(mijoter)로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수시로 거품을 걷어낸다. 이 과정은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거품을 얼마나 철저히 제거하느냐에 따라 육수의 맑기와 완성도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신경 써서 해야 한다.
7. 미조테(mijoter) ; 뭉근하게 끓여 천천히 감칠맛을 낸다.
뼈와 미르푸아를 굽든 굽지 않든, 이들을 냄비에 넣고 물(또는 퐁 드 볼라유 등)을 부은 후 먼저 센불로 끓여 거품이 충분히 올라오게 한다. 거품을 완전히 걷어낸 후, 액체 표면이 보글보글 끓는 미조테 상태를 유지하며 약한 불로 천천히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불이 너무 세면 감칠맛이 나오기 전에 쓴맛과 잡맛이 우러나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약한 불로 천천히 끓여야 한다. 끓이는 동안에도 중간중간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끓이는 시간은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며, 떫은맛이나 비린내가 나기 쉬운 어패류나 갑각류는 짧은 시간 동안 끓이는 것이 좋다.
8.파세(passer) ; 퐁의 특징이나 용도에 따른 여과 방법
졸인 퐁이나 쥐는 거르는 작업을 통해 마무리한다. 장시간 끓이면서 미르푸아나 그 외의 재료들이 뭉그러질 수 있어, 거르기 전의 국물은 대개 불투명하다. 이를 거르면서 불순물을 제거해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르는 방법은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며, 필요한 방식으로 선택해 사용한다.
첫 번째 방법은, 끓인 국물과 재료를 시누아(chinois)로 걸러내는 것이다. 이때 뼈나 미르푸아를 으깨지 않고 자연스럽게 액체만 걸러내면, 육수가 탁해지거나 잡맛이 나지 않으며, 퐁의 감칠맛이 충분히 우러나온다. 이 방법은 대부분의 퐁에서 흔히 사용된다.
두 번째 방법은, 고기나 미르푸아를 으깨서 감칠맛을 더 많이 뽑아내는 것이다. 이 방식은 퐁 드 오마르(바닷가재 퐁)나 쥐를 만들 때 사용되며, 굵기가 다른 시누아를 겹쳐서 잡맛이 섞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여과한다. 이 방법은 맑은 육수를 만들고 싶을 때 적합하다.
콩소메처럼 맑은 육수를 만드는 경우나, 퓌메 드 클람처럼 조개류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면보자기를 깔고 여과해 불순물이나 거품을 완전히 제거한다. 대부분의 퐁과 쥐는 거른 액체를 다시 한번 끓여 기름과 거품이 위로 뜨면 이를 걷어내고, 다시 한 번 시누아로 걸러 맑고 깔끔한 육수를 완성한다.
9.식히기 : 풍미가 달아나지 않도록 얼음물에 재빨리 식힌다.
완성된 퐁과 쥐를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보관용기에 옮겨 담아 위에 뜨는 기름을 키친타월로 걷어낸 후, 얼음물에 넣어 급속냉각해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급속냉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의 풍미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육수를 그대로 두면 식는 과정에서 향이 빠져나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빠르게 식혀야 한다. 또한, 급속냉각은 육수가 상하는 것을 막아 보관 시 안전성을 높여준다. 소스를 만들 때도 퐁이나 쥐와 마찬가지로 얼음물에 급속냉각하면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10. 보관하기
완성된 퐁이나 쥐는 철저하게 보관하여 낭비 없이 사용해야 한다. 바로 사용할 분량은 밀폐용기에 넣거나, 보관용기를 랩으로 완전히 덮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한 후 냉장 보관한다. 퐁과 쥐 모두 냉장에서는 약 3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바로 사용하지 않을 양은 진공포장하여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퐁은 약 2개월, 쥐는 약 1개월 정도 냉동 보관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