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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과 쥐 만들기 기본 가이드

by 체르보 2024. 9. 15.

 

오븐에서 뼈 굽기

 

 

1. 재료준비하기

1 ) 고기부산물(뼈, 힘줄, 생선뼈)

퐁과 쥐의 감칠맛을 만드는 기본 재료는 조류나 네발짐승의 뼈와 힘줄(스지), 그리고 생선의 뼈 부분이다. 닭뼈나 송아지뼈를 주로 퐁으로 준비하거나, 다른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고기나 생선에서 뼈를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사용한다. 어떤 경우든 상태가 좋지 않은 재료가 섞이면 퐁과 쥐가 탁해져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야생 조류나 짐승, 어패류, 갑각류는 냄새가 날 가능성이 크므로, 하나하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또한, 핏물이나 불순물이 있으면 맛과 육수의 투명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한 밑손질이 필수적이다. 고기 부산물은 흐르는 물에 씻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생선뼈 역시 물에 담가 안쪽의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고기의 종류나 부위에 따라 살과 뼈에서 나오는 감칠맛과 젤라틴의 양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많이 움직이는 부위(힘줄, 복숭아뼈, 목뼈 등)는 젤라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젤라틴은 육수에 농도와 부드러운 질감을 더해주지만, 소스를 지나치게 묵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필요에 따라 힘줄을 제외하는 등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미르푸아 (mirepoix, 향미채소)

미르푸아는 육수에 채소의 향과 단맛을 더해주며, 고기나 생선의 잡냄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미르푸아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로는 양파, 당근, 샐러리, 파 등이 있다. 퐁에 단맛을 더하고 싶다면 양파의 비율을 높이고, 보다 섬세한 향을 원할 경우에는 샐러리의 양을 줄이는 등 채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채소를 너무 오래 끓이면 물러지며 육수가 탁해지고 잡냄새가 날 수 있으므로, 졸이는 시간에 맞춰 채소를 써는 방법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부케가르니

파슬리 줄기, 타임, 월계수 잎과 같은 허브, 그리고 샐러리와 파를 묶은 다발을 부케가르니라고 한다. 이는 퐁과 쥐를 만들 때 사용되며, 고기나 생선의 잡냄새를 제거하고 풍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처음부터 넣으면 잡냄새와 함께 허브의 향도 사라질 수 있으므로, 물과 퐁을 먼저 끓여 잡냄새를 없앤 후에 부케가르니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

2. 재료 굽기 : 감칠맛이 잘 나도록 구수한 향이 나게 굽는다.

퐁 블랑과 같은 맑은 육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퐁과 쥐는, 기본 재료인 뼈와 미르푸아를 먼저 구워서 졸인다. 굽는 첫 번째 목적은 육수에 깊은 색을 내는 것이며, 특히 뼈와 힘줄(스지)을 고온에서 구우면 단백질이 변성되어 감칠맛과 젤라틴이 더욱 잘 우러나게 된다. 또한, 육류나 어패류를 구워서 잡냄새와 불필요한 기름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구울 때 중요한 점은 뼈와 고기를 고온에서 전체적으로 고루 색이 나게 굽는 것이다. 직화라면 센불에서, 오븐을 사용한다면 230~250도의 온도로 구워야 한다. 부스러진 고기나 모양이 복잡한 뼈는 타기 쉬우므로 냄비나 그릴에 겹치지 않게 배치하고, 자주 뒤집지 말고 천천히 색을 내는 것이 좋다. 뼈와 고기가 건조해지면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에, 기름을 수시로 보충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뼈와 고기를 함께 굽는 경우에는, 뼈를 먼저 구운 후 고기를 중간에 넣어 굽는 것이 이상적이다. 큰 덩어리 고기를 굽는 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오븐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익숙하지 않다면 직화로 구워지는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며 굽는 것이 안전하다. 미르푸아도 센불에서 구우면 쉽게 탈 수 있으므로, 천천히 구워 색을 내는 것이 좋다.

3. 볶기 : 수분이 나오게 볶아 단맛을 낸다.

재료를 단순히 마구잡이로 볶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어로 '쉬에(suer)', 영어로는 '스웨팅(sweating)'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재료에서 수분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주로 어패류나 갑각류로 만든 퐁, 또는 생선류 소스를 만들 때 활용되며, 재료에 구운 색을 내지 않으면서도 채소나 생선뼈의 향과 단맛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된다. 채소는 수분이 잘 나오도록 에멩세(emince, 편썰기)나 아셰(hacher, 잘게 다지기) 방식으로 손질하는 것이 좋다.

4. 기름제거 : 여분의 기름기를 제거한다

데그레세(degraisser)는 남은 기름을 제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뼈나 힘줄을 구워서 색을 낼 때 나오는 기름을 제거하거나, 끓인 육수를 거른 후 재가열할 때 위에 뜨는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특히 양고기처럼 지방이 많은 재료는 졸이기 전에 반드시 체에 걸러 기름을 충분히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물에 기름이 섞여 잡맛이 나거나, 식었을 때 기름이 하얗게 굳어버릴 수 있다. 비록 작은 과정처럼 보이지만, 육수의 완성도를 위해 매우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단계다.

5. 냄비나 철판에 늘어 붙은 육즙을 액체로 녹인다.

남은 기름을 제거(데그레세)한 후 냄비 바닥에는 고기나 채소에서 나온 눌어붙은 쉬크(suc, 육즙)가 남아 있다. 이 육즙에는 깊은 맛이 농축되어 있으므로, 여기에 물 등의 액체를 부어 끓여 녹여낸다. 이 과정을 데글라사주(deglacage)라 하며, 이 액체는 퐁이나 쥐를 만들 때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일단 불을 끄고 냄비의 온도를 약간 떨어뜨린 후, 다시 센불에 올려 눌어붙은 육즙이 잘 녹아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후, 나무주걱 등으로 고루 저어가며 육즙을 녹여낸다. 데글라세에 사용하는 액체는 퐁의 종류에 따라 물, 비네거, 와인 등을 구분해 사용하는데,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또는, 액체를 바로 넣지 않고 미르푸아를 넣어 볶는 방법도 있다. 미르푸아에서 수분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냄비에 붙은 육즙이 떨어져나오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데글라사주를 퐁에 사용할 때는 걸러서 넣는 것이 좋다.

6.거품 걷어내기 ; 거품을 완전히 걷어 잡맛을 없애고 육수가 탁해지지 않게 한다.

맑은 퐁이나 쥐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품을 꼼꼼하게 걷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고기와 뼈에 물을 부어 센불에서 끓이기 시작하면, 표면에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를 깔끔하게 제거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그런 다음, 불을 약하게 줄여 보글보글 끓는 상태인 미조테(mijoter)로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수시로 거품을 걷어낸다. 이 과정은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거품을 얼마나 철저히 제거하느냐에 따라 육수의 맑기와 완성도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신경 써서 해야 한다.

7. 미조테(mijoter) ; 뭉근하게 끓여 천천히 감칠맛을 낸다.

뼈와 미르푸아를 굽든 굽지 않든, 이들을 냄비에 넣고 물(또는 퐁 드 볼라유 등)을 부은 후 먼저 센불로 끓여 거품이 충분히 올라오게 한다. 거품을 완전히 걷어낸 후, 액체 표면이 보글보글 끓는 미조테 상태를 유지하며 약한 불로 천천히 끓이는 것이 중요하다. 불이 너무 세면 감칠맛이 나오기 전에 쓴맛과 잡맛이 우러나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약한 불로 천천히 끓여야 한다. 끓이는 동안에도 중간중간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끓이는 시간은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달라지며, 떫은맛이나 비린내가 나기 쉬운 어패류나 갑각류는 짧은 시간 동안 끓이는 것이 좋다.

8.파세(passer) ; 퐁의 특징이나 용도에 따른 여과 방법

졸인 퐁이나 쥐는 거르는 작업을 통해 마무리한다. 장시간 끓이면서 미르푸아나 그 외의 재료들이 뭉그러질 수 있어, 거르기 전의 국물은 대개 불투명하다. 이를 거르면서 불순물을 제거해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르는 방법은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며, 필요한 방식으로 선택해 사용한다.

첫 번째 방법은, 끓인 국물과 재료를 시누아(chinois)로 걸러내는 것이다. 이때 뼈나 미르푸아를 으깨지 않고 자연스럽게 액체만 걸러내면, 육수가 탁해지거나 잡맛이 나지 않으며, 퐁의 감칠맛이 충분히 우러나온다. 이 방법은 대부분의 퐁에서 흔히 사용된다.

두 번째 방법은, 고기나 미르푸아를 으깨서 감칠맛을 더 많이 뽑아내는 것이다. 이 방식은 퐁 드 오마르(바닷가재 퐁)나 쥐를 만들 때 사용되며, 굵기가 다른 시누아를 겹쳐서 잡맛이 섞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여과한다. 이 방법은 맑은 육수를 만들고 싶을 때 적합하다.

콩소메처럼 맑은 육수를 만드는 경우나, 퓌메 드 클람처럼 조개류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면보자기를 깔고 여과해 불순물이나 거품을 완전히 제거한다. 대부분의 퐁과 쥐는 거른 액체를 다시 한번 끓여 기름과 거품이 위로 뜨면 이를 걷어내고, 다시 한 번 시누아로 걸러 맑고 깔끔한 육수를 완성한다.

9.식히기 : 풍미가 달아나지 않도록 얼음물에 재빨리 식힌다.

완성된 퐁과 쥐를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보관용기에 옮겨 담아 위에 뜨는 기름을 키친타월로 걷어낸 후, 얼음물에 넣어 급속냉각해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급속냉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의 풍미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육수를 그대로 두면 식는 과정에서 향이 빠져나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빠르게 식혀야 한다. 또한, 급속냉각은 육수가 상하는 것을 막아 보관 시 안전성을 높여준다. 소스를 만들 때도 퐁이나 쥐와 마찬가지로 얼음물에 급속냉각하면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10. 보관하기

완성된 퐁이나 쥐는 철저하게 보관하여 낭비 없이 사용해야 한다. 바로 사용할 분량은 밀폐용기에 넣거나, 보관용기를 랩으로 완전히 덮어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한 후 냉장 보관한다. 퐁과 쥐 모두 냉장에서는 약 3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바로 사용하지 않을 양은 진공포장하여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퐁은 약 2개월, 쥐는 약 1개월 정도 냉동 보관이 가능하다.

11. 결론 퐁과 쥐의 의미와 가치

퐁과 쥐는 단순히 요리의 바탕이 되는 육수가 아니라 맛과 향 그리고 음식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신선한 재료 준비에서부터 굽기, 볶기, 기름 제거, 거품 걷어내기, 천천히 끓이기 같은 모든 과정은 단순히 기술을 넘어 요리사의 정성과 철학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을 거쳐 완성된 퐁과 쥐는 그 자체로 깊은 감칠맛과 맑은 풍미를 지닌 완성품이 됩니다.

프랑스 요리에서는 퐁과 쥐가 모든 소스와 수프의 출발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육수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가가 곧 요리사의 기본기를 증명하며, 이는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가정식 유럽 요리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잡내 없이 맑고 진한 육수를 얻기 위해서는 뼈와 채소를 다루는 법, 불 조절, 여과와 보관까지 한 단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완성된 퐁과 쥐는 수프, 스튜, 파스타, 리소토, 고기 요리와 생선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특히 소스의 풍미를 높여주는 데 있어 퐁과 쥐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단순한 국물을 넘어 요리의 품격과 깊이를 더하는 숨은 주역이 됩니다. 유럽 요리 문화에서 육수는 단순한 보조 재료가 아니라 요리 전체의 맛을 지탱하는 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퐁과 쥐는 프랑스 요리의 오랜 전통과 기술이 집약된 산물이며, 요리사에게는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이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다양한 소스와 요리의 근간에는 항상 정성껏 우려낸 육수가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퐁과 쥐는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요리 문화의 상징이자 유럽 요리의 본질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