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의 기원
초기 목동들은 그들이 사용했던 최초의 용기 안에서 일어나는 젖의 큰 변화를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젖을 가만히 두면 자연적으로 표면에 지방이 응집된 크림 층이 형성됩니다. 또 심하게 흔들면 크림이 버터로 변합니다. 남은 우유는 자연히 산으로 변하고 응고되어 걸쭉한 요구르트가 됩니다. 여기서 물기를 따라내면 고체인 커드(curd)와 액체인 유장(whey)으로 분리됩니다. 신선한 커드에 소금을 뿌리면 장기 보관할 수 있는 간단한 형태의 치즈가 됩니다. 낙농에 능숙해지고 더 많은 젖을 거둬들이면서 사람들은 젖의 영양분을 농축하고 보존하는 방법들을 새롭게 찾아냈으며, 기후에 따라 독특한 유제품들을 개발했습니다.
건조한 서남아시아에서는 염소젖과 양젖을 살짝 발효하여 며칠간 보존할 수 있는 요구르트로 만들어 햇볕에 말리거나 기름을 입혀 보관했습니다. 또 응고시켜 바로 먹을 수도 있고, 말리거나 소금을 뿌려 보관할 수도 있는 치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정착 생활을 할 수 없는 탓에 곡물로 맥주를 만들거나 포도로 와인을 만들 수 없었던 타타르족은 말젖을 발효하여 '쿠미스(koumis)'라는 약한 술을 만들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는 이 술에 대해 "백포도주의 성질과 맛"을 가지고 있다고 썼습니다. 몽골과 티베트 같은 고지대 민족은 소, 낙타, 야크의 젖을 휘저어 버터로 만들어 고열량의 주요 식량으로 사용했습니다.
아열대 인도에서는 젖소와 물소젖을 대부분 밤새 삭혀 요구르트로 만든 뒤, 이것을 휘저어 버터밀크와 버터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투명한 '기(ghee)'로 만들면 여러 달 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또 일부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끓여 달게 만들고, 이를 장시간 졸여 설탕을 첨가하면 소금을 뿌리지 않고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지중해 세계의 그리스와 로마는 버터보다 경제적인 올리브기름을 더 많이 사용했지만, 치즈만큼은 높이 평가했습니다. 로마의 현자 플리니우스(Plinius)는 지금의 프랑스와 스위스에 속하는 변방에서 들여온 치즈를 예찬했습니다. 치즈 제조는 소 떼를 키우기에 이상적인 드넓은 초지가 있고 장시간에 걸친 점진적 발효가 가능한 온대성 기후인 북유럽에서 정점에 달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우유: 농장에서 공장으로
산업화 이전의 유럽에서 낙농은 네덜란드의 질척거리는 저지대, 프랑스 서부의 거친 토양, 지대가 높고 바위투성이인 중부의 단층 지대, 서늘하고 습한 영국의 섬들, 스칸디나비아,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유역 등 풀은 무성하지만 밀을 비롯한 곡물을 경작하기에는 부적당한 땅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지역의 기후와 수요에 맞는 가축이 육종되었고, 그에 따라 수백 종의 독특한 지역 종이 갈라져 나왔습니다. 여름 우유는 각 지방마다 고유한 치즈로 만들어 보관했습니다. 중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프랑스의 로크포르와 브리, 스위스의 아펜젤러, 이탈리아의 파르메산 치즈가 명성을 얻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저지대 나라들이 버터로 명성을 날렸고, 생산성이 뛰어난 프리지아종 소를 유럽 전역으로 수출했습니다.
산업화 시대 이전까지 낙농은 농장에서 이루어졌으며, 많은 나라에서 주로 여자들의 일이었습니다. 여자들은 이른 아침에 젖을 짜고, 오후에는 몇 시간이고 버터를 휘젓거나 치즈를 만들었습니다. 농촌 사람들은 신선한 양질의 우유를 즐길 수 있었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소를 가둬 놓고 양조장에서 버린 곡물 찌꺼기 따위를 먹이며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길렀기 때문에 물을 타거나, 불순물을 타거나, 뚜껑 없는 용기에 담아 싣고 다니다 오염된 우유를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염된 우유는 빅토리아 시대 초기에 아동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산업과 과학에 의한 혁신
1830년 무렵 시작된 산업혁명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낙농업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철도는 농촌에서 생산된 생유를 도시로 실어 나를 수 있게 해주었고 도시의 인구와 소득 증가는 수요에 불을 붙였습니다. 새로운 법안을 제정해 우유의 품질을 관리했습니다. 증기 동력을 이용한 농장의 기계화는 우유와 짐 운반용이 아닌 오로지 우유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목축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했습니다. 젖 짜기, 크림 분리하기, 처닝 등을 위한 기계가 발명되면서 낙농은 점차 농촌 여인들의 손과 농장을 벗어나게 되었고, 농장은 이제 크림, 버터, 치즈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의 원유 공급처로 전락해 갔습니다.
19세기 말 이후의 화학적·생물학적 혁신은 유제품을 더 위생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균질하게 만들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프랑스의 위대한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낙농업에 두 가지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했습니다. 하나는 열을 가해 병원체를 죽이는 살균법인 파스퇴르법, 또 하나는 치즈를 비롯한 발효 식품을 만들기 위한 표준화되고 정화된 미생물 배양법의 도입입니다. 전통적인 소 사육은 대부분 폐기되고 홀스타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홀스타인은 현재 미국 젖소의 90%, 영국 젖소의 85%를 차지합니다.
소 떼의 규모는 더 커졌으며, 신선한 풀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이상화된 사료'로 길러졌습니다. 오늘날의 우유가 산업화 이전 시대 우유의 색깔과 맛, 계절에 따른 차이를 잃어버린 것은 그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유제품
오늘날 낙농업은 몇 가지 거대 산업으로 분할되어 있으며, 여기에 농촌 여인이 끼어들 틈은 전혀 없습니다. 한때 우유의 '좋은 것들의 정수'로 칭송받았던 버터와 치즈는 이제 정부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인, 값싸고 대량 생산되고 상상력이 결여된 한갓 상품으로 전락했습니다. 오늘날의 유제품 제조업자들은 우유와 치즈, 아이스크림, 버터에서 그것들을 독특하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 주었던 많은 것들을 제거해 버리고 있습니다. 유지방을 제거하는데, 이는 의학자들이 우유에 함유된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장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유지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포화지방에 대한 관점이 수정되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의 비대한 힘에 대한 반작용과 함께, 계절에 따라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게 하는 전통적인 목축에 의해 소규모로 제조되는 풍부한 맛을 가진 유제품에 대한 복고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