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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우유 괜찮을까? 영양과 알레르기 이야기

by 체르보 2024. 7. 9.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부모들은 우유를 모유의 훌륭한 대체제로 믿었습니다. 단백질, 칼로리, 비타민, 미네랄만 충족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생후 6개월이 되기도 전에 영아의 절반 이상이 우유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진전되면서 모유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라, 아기의 성장과 면역력 발달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식품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었습니다.

현재 의사들은 생후 12개월 이전 영아에게는 플레인 우유(plain milk)를 먹이지 말라고 권장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유 속 단백질은 아기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고, 철분은 부족하며, 포화지방은 상대적으로 과다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영아용 조제분유는 이러한 영양 불균형을 맞추어 모유에 가까운 조성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유 먹는 아이

 

영아기의 우유 알레르기

 

또 다른 중요한 이슈는 우유 알레르기입니다. 아기의 소화기관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 속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은 채 혈액 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 외부 단백질을 면역계가 적으로 인식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납니다.

미국 영아의 약 1~10%가 우유 단백질에 알레르기를 겪는다고 합니다. 증상은 가벼운 발진, 설사부터 장 손상이나 드물게는 쇼크 같은 심각한 반응까지 다양합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알레르기에서 벗어나지만, 초기에는 부모가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때 흔히 묻는 질문은 “그렇다면 우유를 대신해 무엇을 먹일 수 있을까?”입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의사와 상담 후 대두 단백 분유, 가수분해 단백 분유 같은 대체 조제분유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몬드밀크, 귀리우유처럼 식물성 대체 음료도 판매되고 있지만, 이들은 아기에게는 영양 균형이 맞지 않아 성장기 대체품으로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영아기 이후, 우유와 락토스 소화

흥미롭게도 인간은 고형 음식을 먹기 시작한 뒤에도 여전히 다른 동물의 젖을 섭취하는 드문 존재입니다. 하지만 영아기를 지난 후에도 평생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인류 전체로 보면 오히려 소수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유 속에 들어 있는 락토스(lactose)라는 당 때문입니다.

락토스는 소장에서 분해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에 의해 잘게 쪼개져야 우리 몸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신생아 때는 락타아제 수치가 높지만, 보통 두 살에서 다섯 살 사이에 급격히 줄어 최저치에 도달합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젖을 떼면 더 이상 락토스를 먹지 않으니 효소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락타아제가 부족한 성인이 우유를 많이 마시면, 락토스는 분해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장내 세균이 락토스를 발효시키면서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같은 가스를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더부룩함, 복통, 설사 같은 불편감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바로 락토스 과민증입니다.

락토스 과민증은 예외가 아닌 ‘정상’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락토스를 성인이 되어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드뭅니다. 북유럽인들은 추운 기후에서 우유가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수천 년에 걸쳐 유전적 적응을 겪었습니다. 그 결과 스칸디나비아인의 96%, 프랑스인·독일인의 약 90%가 성인이 되어도 락토스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유럽인과 북아프리카인에서는 약 40%,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는 약 30%만이 락토스를 잘 소화합니다. 동아시아권은 더 낮아 한국, 중국, 일본인의 대다수는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락토스 과민증을 경험합니다. 다시 말해, 락토스 과민증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흔한 현상입니다.

락토스 과민증에 대처하는 방법

다행히 락토스 과민증은 우유 알레르기와는 다릅니다. 락타아제가 부족해도 대부분의 성인은 하루에 200~250ml 정도의 우유는 큰 문제 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치즈나 요구르트 같은 발효 유제품은 훨씬 더 잘 소화됩니다.

 

치즈: 락토스의 대부분이 유장으로 빠져나가고, 남은 소량은 발효 과정에서 분해되므로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요구르트: 요구르트 속 박테리아가 남아 있는 락토스를 분해해 주어 소화가 한결 수월합니다.

락타아제 보충제: 최근에는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에서 추출한 락타아제를 액체나 정제 형태로 판매합니다. 우유나 유제품에 몇 방울 떨어뜨리거나 함께 섭취하면 락토스를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국가는 락토스 제거 우유(lactose-free milk)를 대중적으로 판매합니다. 한국, 일본, 유럽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 락토스 민감한 소비자들이 우유를 포기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 우유, 꼭 필요한가?

영아기에는 모유가 가장 이상적이며, 1세 이전에는 일반 우유를 피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아동기 이후에도 우유는 여전히 중요한 식품이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유 알레르기와 락토스 과민증은 흔한 문제이지만, 그에 맞는 대처법과 대안이 존재합니다.

우유를 마실지 여부는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개인의 체질과 소화 능력을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발효 유제품이나 락타아제 보충제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더 나아가 다양한 문화권에서 우유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이해한다면, 우리의 식탁 선택은 훨씬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