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소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소스의 역할은 ‘주연’에서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 변화했다.
소스는 요리에 사용하는 액체로, 퐁이나 쥐를 기본으로 하는 것부터 비네그레트(드레싱), 마요네즈 등 그 종류는 매우 폭넓다. 프렌치 요리에서는 전채, 생선 요리, 고기 요리, 디저트 등 모든 코스에 반드시 소스를 곁들인다. 그렇다면 프렌치 요리에서 소스가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래 프렌치 요리는 귀족과 상류층을 위한 음식이었다. 요리는 파티를 주최하는 이들의 부를 드러내는 수단이었고, 이로 인해 프렌치 요리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당시의 소스는 진한 맛을 자랑했으며, 이는 요리의 풍미를 더해주는 동시에, 유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대에 재료의 부족한 질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했다.
프렌치 요리에서 소스의 중요성이 확립된 것은 19세기 후반, 앙투안 카렘(Antoine Carême)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Auguste Escoffier)의 덕분이다. 에스코피에는 그의 저서 <Le Guide Culinaire>에서 소스를 중요하게 다루었으며, 이는 소스의 개념이 일반 식당으로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에스코피에의 영향 아래 소스의 시대가 이어졌지만, 1970-80년대에 누벨퀴진(Nouvelle Cuisine) 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가볍게’라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소스는 그 자체로 돋보이기보다 재료를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재료의 맛을 해치는 소스는 점차 배제되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요리 경향이 나타났지만, ‘재료 중심’, ‘가볍고 간결하게’라는 철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맞아 셰프라면 반드시 기본적인 소스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현대의 요리, 재료, 정보가 모두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소스 또한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지만, 기초를 탄탄히 해야만 여러 소스를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소스의 기본을 확실히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소스 분류
예전에는 소스를 분류할 때 색에 따라 <화이트 소스>와 <브라운 소스>, 또는 온도에 따라 <차가운 소스>와 <따뜻한 소스>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블루테, 베샤멜, 데미글라스 같은 대표적인 소스들이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오늘날 레스토랑에서 만들어지는 소스의 종류도 변화하여 과거와 같은 분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 비네그레트 소스
기본적으로 비네거와 식용유를 1:3 비율로 섞어 만드는 비네그레트 소스가 있다. 비네거로는 과일 풍미의 비네거나 발사믹 비네거를 사용하며, 오일은 올리브 오일이나 호두기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차가운 비네그레트는 샐러드나 카르파치오에 자주 사용되고, 퐁이나 쥐를 비네거와 함께 끓여 만든 따뜻한 비네그레트는 어패류, 닭고기, 푸아그라 등에 곁들여 산뜻한 맛을 더해준다. 건강한 식단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소스이다.
2) 달걀노른자 베이스의 소스
차가운 소스로는 마요네즈가 있고, 따뜻한 소스로는 홀랜다이즈와 베아르네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달걀노른자의 유화 작용을 활용한 소스들로, 달걀노른자와 함께 재료를 저어 유지와 수분(예: 비네거)을 유화시켜 부드러운 크림 상태를 만든다. 이러한 소스들은 신맛과 잘 어우러지며, 마요네즈에 케이퍼나 피클을 섞어 만든 타르타르 소스가 좋은 예이다. 따뜻한 소스는 에샬로트를 졸여 만든 레듀션을 기본으로 하여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3) 줄레와 쇼프루아
줄레와 쇼프루아는 모두 차가운 소스로,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한다. 줄레는 퐁을 채소나 달걀흰자와 함께 끓여 맑게 한 후, 젤라틴을 첨가해 굳힌 것으로, 차갑고 투명한 느낌이 특징이며, 차가운 전채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반면, 쇼프루아는 따뜻한 베이스를 식혀서 사용하는 고전적인 소스로, 고기 등에 얇게 입혀 부드러운 질감을 즐기게 한다. 쇼프루아의 매끄러움과 윤기는 줄레와 블루테(velouté)에서 비롯된다.
4) 버터 소스와 뵈르 콩포제
버터의 깊고 풍부한 맛이 특징인 따뜻한 소스로는 뵈르블랑이 있다. 이 소스는 에샬로트와 알코올(또는 비네거)을 졸인 베이스에 버터를 천천히 추가해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담백한 흰살생선과 특히 잘 어울린다. 뵈르 콩포제는 포마드 상태로 만든 버터에 허브나 향신료를 섞은 혼합 버터로, 요리에 직접 곁들이거나 몽테용 버터로 사용해 소스의 풍미를 높인다.
5) 알코올 베이스의 소스
레드와인을 듬뿍 넣어 농축한 브르드레즈 소스 등, 다양한 알코올을 사용해 만든 소스들이 있다. 알코올을 날린 술과 미르푸아에 퐁이나 퓌메를 더해 만드는 이러한 소스는 복합적인 깊은 맛이 특징이다. 사용하는 알코올 종류에 따라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샴페인, 노일리, 마데이라 등으로 맛이 크게 달라진다. 알코올의 특성에 따라 미르푸아의 양과 조리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감귤류 과즙이나 허브를 추가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주로 메인 요리에 어울린다.
6) 퐁과 쥐 소스 (어패류)
어패류와 갑각류로 만든 퐁이나 퓌메를 베이스로 한 소스는 간단하게는 퐁을 졸여 크림이나 버터를 넣어 완성할 수 있다. 생선 뼈나 새우 껍데기, 미르푸아를 함께 졸여 감칠맛과 단맛을 더하거나, 와인과 향신료를 넣어 복합적인 맛을 낼 수 있다. 이러한 소스는 어패류나 갑각류를 주재료로 한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