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 이후 파스타의 발전은 주로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졌다. 파스타 제조업자들은 길드를 형성해 이탈리아 전역에서 연질 밀로 만든 생파스타를, 남부 지역과 시칠리아에서는 듀럼 세몰리나로 만든 건조 파스타를 생산했다. 이탈리아 요리사들은 ‘건조한 파스타’라는 뜻의 ‘파스타슈타(pastasciutta)’라는 독특한 요리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파스타슈타는 파스타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되, 수프나 스튜에 담그거나 소스를 과도하게 붓는 대신, 소스에 파스타를 살짝 적시는 방식이다. 이탈리아의 기후는 가공되지 않은 누들을 말리기에 적합했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1~4주 만에 파스타를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폴리는 듀럼 파스타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18세기에는 반죽을 치대고 늘리는 작업이 기계화되면서 듀럼 파스타는 나폴리의 노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고, 이탈리아 대부분 지역에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노점상들은 조리 과정을 최소화했고, 손님들은 야외에서 빠르게 음식을 먹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분 만에 조리되는 파스타를 즐기기 시작했으며, 그 덕분에 파스타는 탄탄한 질감을 유지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이 조리 방식이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졌고, ‘치아에 씹히는 맛이 있다’는 뜻의 ‘알 덴테(al dente)’라는 표현이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등장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수십 년 간, 효과적인 인공 건조 방식과 기계 장치들이 개발되면서, 파스타 생산은 단속적 방식에서 연속적인 공정으로 변화했다. 또한, 현대적인 열처리와 진공 포장이 도입되면서 생파스타도 냉장 보관을 통해 몇 주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몇 십 년 동안에는 고급 밀 품종을 사용하여 소규모로 파스타를 생산하는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식 성형기로 뽑은 파스타는 표면이 거칠어 소스가 잘 묻으며, 저온에서 긴 시간 동안 건조되기 때문에 훨씬 섬세한 풍미를 자랑한다.
파스타와 반죽 만들기
기본 재료와 방법
파스타와 반죽 만들기의 핵심은 건조한 입자를 길고 가느다란 끈 모양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유연하면서도, 물에 넣고 끓일 때 그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응집력 있는 탄탄한 덩어리로 변형하는 것이다. 밀가루를 사용하면 글루텐 단백질 덕분에 반죽이 결합력을 가지게 된다. 듀럼밀은 글루텐 함량이 높고, 그 글루텐은 제빵용 밀가루인 강력분의 글루텐보다 탄력이 떨어져 반죽을 밀어서 펴기가 더 쉬운 장점이 있다. 파스타 반죽은 도우보다 물 함량이 적어, 물이 약 30% 정도 포함된다.
반죽 재료를 섞은 후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로 뭉칠 때까지 치대고, 이후 밀가루 입자가 수분을 흡수하며 글루텐 조직이 형성될 수 있도록 반죽을 휴지시킨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죽은 작업하기 쉬워지고, 완성된 파스타는 입안에서 부서지지 않고 끈끈한 점성을 지닌다. 반죽을 종잇장처럼 얇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죽을 부드럽게 여러 번 밀어서 펼쳐야 한다. 반죽을 서서히 밀어서 펴면, 기포들이 빠져나가면서 글루텐 조직이 형성되고, 단백질 섬유가 압착되고 정렬되어 반죽이 늘어나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쉽게 펼쳐지게 된다.
달걀 파스타와 생파스타
달걀을 사용한 파스타는 북유럽, 미국 등지에서 선호되며, 그 이유는 파스타에 풍미와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두 가지 주요 기능 때문이다. 첫째, 달걀은 파스타에 색상과 맛을 강화시킨다. 주로 노른자가 그 역할을 하며, 때로는 노른자만 사용하기도 한다. 노른자의 지방은 반죽을 더 섬세하게 만들고 파스타를 더 연하게 만들어준다.
둘째, 달걀은 중간 정도의 단백질을 가진 밀가루에 추가적인 단백질을 제공하여 반죽을 더 결합시키고 단단하게 만든다. 달걀흰자는 반죽이 잘 붙도록 하고, 전분 알갱이가 빠져나가거나 겔화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며, 열을 가할 때 영양 손실도 줄여준다.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미국의 파스타는 밀가루 무게의 5-10% 정도에 해당하는 건조 달걀을 첨가한다. 반면, 이탈리아, 알자스, 독일, 미국의 전문점 및 가정용 파스타는 대개 건조하지 않은 날달걀을 사용하며, 이 경우 비중이 더 높다. 또한, 달걀은 때로는 반죽에 수분을 공급하는 유일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탈리아 북서부의 피에몬테 지역에서는 밀가루 1킬로그램에 달걀노른자를 40개까지 넣는 경우도 있다. 달걀 파스타를 만들 때는 반죽이 뻑뻑해지지 않도록 재료의 비율을 조절하고, 반죽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치대며 휴지시킨 후, 밀어서 펴고 원하는 형태로 자른다. 하지만 생파스타는 부패가 쉬우며, 달걀을 넣은 경우 살모넬라균에 오염될 수 있으므로 바로 조리하거나 냉장 보관해야 한다. 또한, 주방 온도에서 장시간 말리면 미생물이 증식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생파스타는 두께에 따라 몇 초에서 몇 분 만에 조리된다.
건조 듀럼 파스타
이탈리아의 표준 파스타, 즉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식 파스타로 알려진 파스타는 듀럼 밀로 만들어진다. 듀럼 밀은 독특한 맛과 매력적인 노란색을 자랑하며, 풍부한 글루텐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듀럼 밀로 만든 파스타는 대개 달걀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그 대신 듀럼 밀에 포함된 글루텐 단백질 덕분에 건조 파스타가 단단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진다.
이 글루텐 단백질 덕분에 파스타는 조리 과정에서 단백질과 전분이 잘 결합되어 소실되지 않으며, 파스타의 식감이 탄탄하게 유지된다. 글루텐 단백질은 파스타가 끓는 물에서 조리될 때 전분의 겔화와 용해를 억제하여, 파스타가 끓인 후에도 유리처럼 매끄럽고 탄탄한 상태로 남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