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과 고기의 질감
식품의 질감은 해당 식품의 물리적인 구조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식품의 촉감, 고체 성분과 액체 성분 간의 균형, 그리고 입안에서 작은 조각으로 쉽게 또는 어렵게 부수어지는 정도는 모두 해당 식품의 물리적 특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특히 고기의 경우, 그 질감은 물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수분과, 이러한 수분을 유지하거나 유출하는 섬유 단백질과 결합 조직에 의해 주로 결정됩니다.
섬유 단백질은 근육의 주요 구성 요소로, 고기의 구조적 강도와 탄력을 제공합니다. 결합 조직은 근섬유를 지지하고 고정하며, 고기의 질감과 씹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성분들이 고기의 부드러움이나 쫄깃함 등의 특성을 형성하며, 식품의 전반적인 맛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날고기의 질감과 익힌 고기의 질감
날고기의 질감은 미끈거리며 잘 씹히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고기의 높은 수분 함량 때문으로, 씹어도 쉽게 끊어지지 않고 눌려지기만 하며, 육즙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기를 가열하면 이러한 질감이 극적으로 변화합니다. 열을 가하면 고기는 탄력이 생기고 더 쉽게 씹히며, 이 과정에서 액체가 흘러나와 육즙이 풍부해집니다. 그러나 고기를 오래 익히면 육즙이 증발하고, 고기의 탄성이 사라지며 건조해지고 뻣뻣해집니다. 더 오랜 시간 조리하면 근섬유 다발이 풀어지기 시작하면서 질긴 고기도 해체됩니다.
이러한 질감의 변화는 고기 내의 섬유 단백질과 결합 조직 단백질이 변형되거나 분해되는 과정에 기인합니다. 특히, 결합 조직의 콜라겐은 열에 의해 젤라틴으로 변하면서 고기를 부드럽게 하지만, 과도한 열은 수분을 날려 고기를 건조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고기의 질감과 육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초기의 흥건한 즙 : 섬유 응고
마이오신은 고기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요 수축 필라멘트 단백질 중 하나입니다. 이 단백질은 약 50°C에서 응고 과정을 시작하며, 이로 인해 고기의 세포 구조가 약간 고형화되어 질감이 조금 더 탄탄해집니다. 마이오신 단백질이 응집되면서 물 분자를 밀어내어, 물은 단백질이 고형화되는 부분 주변에 모이게 됩니다. 결합 조직의 얇고 탄력 있는 피막은 이 물을 세포 외부로 빠르게 유출시켜 고기의 촉감과 육즙 형성에 기여합니다.
육즙은 고기의 섬유 피막의 약한 지점을 통해 빠져나갑니다. 고기를 잘게 다지거나 스테이크로 만들 때도, 얇은 근육 부분에서는 육즙이 섬유의 단면을 통해 흘러나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고기는 "레어" 상태로 남아, 탄탄하고 육즙이 풍부한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고기 내의 단백질이 응고 및 변형되면서 발생합니다. 마이오신의 응고는 고기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여, 고기를 익히면서 발생하는 탄력성과 육즙의 풍부함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육즙이 풍부한 마지막 단계 : 콜라겐의 변성
고기의 온도가 60°C까지 상승하면, 세포 내 단백질이 더 많이 응고되어 세포는 응고된 단백질 덩어리와 그 주변을 둘러싼 액체로 이루어진 단단한 핵으로 분리됩니다. 이로 인해 고기는 점점 더 탄탄하고 촉촉한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60~65°C 사이에서는 고기가 상당한 양의 육즙을 배출하면서 눈에 띄게 오그라들고 더 잘 씹히는 상태로 변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세포의 결합조직 피막에 있는 콜라겐의 변성에 기인합니다. 콜라겐이 변성되면서 수축하여 세포 내부의 액체가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다량의 액체가 흘러나오고, 고기는 원래 부피의 1/6 이상을 잃으며 단백질 섬유가 더 조밀하게 묶여 자르기 어려워집니다. 이 온도 범위에서 조리된 고기는 ‘미디엄 레어’ 상태로 변하며, 이는 육즙이 풍부한 상태에서 건조해지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60~65°C에서의 조리는 고기의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육즙이 배출되고, 고기의 구조가 변형되어 부피가 감소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 과정은 고기의 풍미와 질감에 큰 영향을 미치며, 고기를 미디엄 레어로 유지하면서 최적의 맛과 질감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쉽게 찢어지는 단계: 콜라겐에서 젤라틴으로
고기를 계속 익히면 수분이 더 증발하고 크기가 줄어들며, 질감이 더욱 탄탄해집니다. 특히 70°C 정도에서 결합조직의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합조직은 젤리 같은 부드러운 상태로 변하며, 이로 인해 근섬유는 더 이상 단단히 결속되지 않고 쉽게 분리됩니다. 근섬유는 여전히 탄탄하고 건조하지만, 더 이상 단일한 덩어리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가 더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젤라틴은 육즙을 함유하고 있어 고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특성은 고기를 푹 삶거나, 스튜나 바비큐와 같은 천천히 오래 익히는 요리에서 두드러집니다. 젤라틴의 형성과 육즙의 보존은 고기의 풍미를 증대시키며, 식감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고기를 70°C 이상의 온도에서 장시간 조리하면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변해 고기가 더 부드럽고 맛있어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는 특히 스튜나 바비큐 같은 요리에서 고기의 질감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과정입니다.